입시정보

과학선생도 의대 권하는 사회 싫었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기석
작성일15-03-24 20:02 조회1,614회 댓글0건

본문

 

  과학선생도 의대 권하는 사회 싫었어요

 기사 이미지


"과학고 선생님조차 의대에 가라고 합니다. 안정적인 것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회에 더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해동관.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풋풋한 신입생 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의대에 합격하고도 공대를 선택한 새내기들이다.

최근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 대학 공대 정원 내 모집 인원 700여 명 중 의·치·한의대에

합격하고도 공대를 선택한 학생은 모두 115명에 달했다. 이 조사 결과를 두고 "1970~1990년대

인기가 많았던 공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학생들은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결같이 "정해진 길을 걷기 싫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더 많이 배우고, 사회를 알게 된 뒤 진로를 선택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승아 씨(19·화학생명공학)는

"의대에 가면 의사가 되겠지만, 공대에 진학하면 경제, 법학 등 다양한 분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대를 선택했다"며 "부모님도 처음에는 의대를 가라고 했지만 제 얘기를 듣고 마음을

바꾸셨다"고 말했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뒤 벤처회사를 만들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수재 씨(20·컴퓨터공학)는

"구상해 놓은 아이템이 있다"며 "컴퓨터공학을 선택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개인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심동민 씨(19·화학생명공학)는 "큰아버지가 연구자 길을

걷고 있어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다행히 공대를 선택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고 했다. 김효민 씨(19·컴퓨터공학)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길이 아닌 여러 분야로

내 진로를 열어두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대학 새내기답게 자유분방함과 패기도 가득했다.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포기하고 예상하지 못한

위험도 감수해야겠지만 '한번뿐인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이수재 씨는

"의사가 안정적일 수 있지만 위험을 안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 조승찬 씨(20·전기공학과)는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행복"이라며 "의대와 공대 모두 어려운 길인 만큼 개인이 얼마나 행복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들도 안정적인 미래와 고소득 등을 이유로 여전히 많은 학생이 의대를 선택하는 현실을 인정했다.

이들 새내기는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며 "하지만 적성에 상관없이

점수가 높으면 의대를 선택하게 만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의대를 선택해 '전문직' 길을

걷게 되면 '갑'이 되는 건강하지 않은 사회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권진 씨(18·화학생명공학)는

"과학고 진로 교사조차 공대와 의대를 모두 붙으면 의대를 가라고 권한다"며 "사회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토로했다. 신동민 씨도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단순히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이유로 의대를 선택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것을 사회가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마침 수업시간이 되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급하게 가방을 챙겨 강의실로 향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열정'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