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 받는 수험생 ´이 말만은 아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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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받는 수험생
´이 말만은 아니 되오´
목표 대학이 어디야?
그 학과는 취업이 안 된다던데…
○○대 못 가면 재수할 거니?
추석(9월 30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에게 추석은, 말하자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전 ‘최후의 만찬’ 같은 존재다. 오랜만에 친지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길 수 있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이유 없이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지는 시기이기 때문. 밤송이처럼 예민한 이들의 마음을 상처 입히는 ‘어른들의 한마디’를 수험생 본인과 학부모에게 물었다. 지난해 이맘때쯤 맘 졸이며 추석을 보냈던 대학 새내기들의 조언도 함께 싣는다.
‘상처 주는 친척 덕담’에 대처하는 자세
“전 어른들이 성적을 묻기 전 ‘선수 칠’ 생각입니다. 모의고사 등급부터 진학 가능 대학까지 솔직히 말씀드리려고요. 당장 ‘다 괜찮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내년 추석 때 더 창피 당할 수 있잖아요.” -김기용
“명절 잔소리는 남자 친척이 더 심하게 하시는 편이에요. 특히 약주 한 잔 걸치신 분들은 답이 없죠. 추석 땐 ‘남자 어른’과 마주치는 걸 되도록 피하는 게 제 요령입니다.” -박정민
“대학 입학이 인생의 종착역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 생각만 앞세워 어른들의 말씀을 들은체만체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무조건 반항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어른 말씀을 귀 담아 듣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함영택·서울 공연예술고 1년·사진
- 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호기심 천국´ 형|어느 대학 갈 계획이야?
예민해져 있는 고 3에겐 부담으로
일가친척 중 ´제1호 수험생´인 윤종민(서울 중동고 3년)군은 "가족·친지의 애정 어린 질문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수시 지원은 했는지, 합격 확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 질문이 아주 꼼꼼하고 다양해요. 대개는 덕담 형태를 띠지만 말미엔 반드시 ´본론´이 나오죠. 이를테면 할머니는 ´네가 모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말씀하신 후 지원 대학 등 정작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세요."
한창 예민해져 있는 고 3 딸을 둔 전성숙(가명·44)씨는 올 추석 친척집에 딸을 데려가지 않을 생각이다. 딸에게 쏟아질 질문 세례가 본인에게도 그다지 달갑잖기 때문. 그가 가장 두려운 건 딸의 지원 대학에 관한 질문이다. "아이는 고려대에 가고 싶어해요. 하지만 내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저조차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안갯속이에요. 수시 모집 때도 목표 대학인 고려대뿐 아니라 중앙대·경희대·부산대까지 원서를 접수시켰어요. 행여 ´그 실력에 고려대 갈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돌아올까 봐 지레 겁이 납니다."
비교·협박형| ○○대 못 가면 재수해야지
사기 꺾이지 않도록 상처 되는 말 자제
"그런 학과는 취업이 안 돼잖아." 고 3 아들을 둔 곽현주(44)씨가 ´올 추석 듣고 싶지 않은 조언´ 1위로 꼽은 말이다.
아들은 현재 체육학과 진학을 준비 중이다. 친척 중 아들과 비슷한 나이대가 많아 비교 대상이 많은 것 역시 마음에 걸린다. "아들을 제외한 나머지 친척은 모두 비(非)예체능계열 학과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형님 내외 자녀는 취업이 잘되는 기술 계열 학과에 지원할 예정이고요. 체육학과 공부가 졸업 후 취업과 별 상관없단 걸 모르진 않지만 아들은 경호원이 꿈인 데다 운동을 정말 좋아합니다. 친척들이 던지는 괜한 말 한마디에 아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기용(서울 성수고 3년)군은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가족에게서 ´협박 아닌 협박´에 시달린다. 그는 "´○○대 못 가면 재수해야지´란 말이 가장 싫다"고 말했다. "무조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란 말을 들을 때 ´난 대체 누굴 위해 공부하는 건가´ 하는 회의가 생깁니다. 전 정말 실력껏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하는데 말이에요."
무시·과장형| 더 잘해야지 vs 가기만 해
´거기밖에 못 가?´식 대꾸 금지
박정민(서울대 인문계열 1년)은 일가 친척 중 가장 막내뻘이다. 요즘 그는 그 사실이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 없다. "고 2 때까지만 해도 본격적 입시를 겪어보지 않아 합격 가능 대학을 잘 가늠하지 못해요. 전부 자기가 명문대에 들어갈 줄 알거든요.(웃음) 전 동생이 없지만 친구 중 상당수는 동생이 무심코 건넨 말에 남몰래 상처 입기도 해요. ´△△대 가고 싶다´는 말에 ´거기밖에 못 가?´ 하는 식으로 대꾸할 때 특히 충격을 받죠."
이다나(국민대 경영학부 1년)씨는 지난해 추석 때 친구에게 들은 ´부담스러운 덕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친척 어르신들은 수험생에게 추석 용돈을 건네며 ´대학에만 가면 ~해줄게´ 식의 공약을 남발하세요. 제 친구 중 한 명만 해도 친척 중 한 오빠가 명문대에 들어가며 중형 승용차를 선물로 받았죠. 이후 추석 때 큰집에서 ´(그 오빠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면 훨씬 큰 차를 사주겠다´는 얘길 들었대요. 결과는 ´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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