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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PD에게 듣는 ´기생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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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8-13 00:00 조회1,5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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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몸에 서식 색·생김 변화시키고 행동조정



박성웅 EBS PD에게 듣는 ´기생충 이야기´



사람들이 ´기생충 이야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던 기생충을,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EBS의 4부작 과학다큐멘터리

´기생(寄生·PARASITE)´이 첫 방송 된 직후, 프로그램에 등장한

기생충들이 잇달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시청률은 3%를 넘어섰다. EBS 다큐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이

1%대인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오래 기다렸다, 연가시!”




 


 


 

화제작 ‘기생’을 제작한 박성웅(43세) EBS 교육다큐부 PD는

“칼 짐머가 쓴 ‘기생충의 제국’을 읽고 기생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주 먼 옛날 한 생물이 색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합니다.

남의 몸에 들어가 생활하는 ‘기생’을 시작한 것이죠.

배고픔과 추위, 천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혁신적인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기생 생물에 몸을 빼앗긴 숙주들도

대응 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생충과 숙주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 끊임없이 경쟁하는 것,

이것이 ‘진화의 역사’라는 게 다큐멘터리의 주제입니다.”



제작진은 지난해 3월부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6월부터는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찾아나선 건

영화로 널리 알려진 ‘연가시’. 사마귀나 귀뚜라미 같은 곤충의

뱃속에서 성장하다 때가 되면 숙주를 조종해 물로 뛰어들어

자살하게 하는 기생 생물로, 곤충이 물에 들어가는 순간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와 물속에 알을 낳는다.



“광주·홍천·인천 등을 돌며 사마귀를 100마리쯤 잡았는데

연가시가 없었어요. 석 달을 허탕친 끝에 겨우 제보를 받아

연가시를 촬영할 수 있었어요. 징그러웠냐고요? 반가웠죠.

얼마나 기다렸던 녀석인데(웃음).”



◇얼룩말의 줄무늬는 왜 생겼을까?



 


이후 미국·영국·케냐·남수단·파나마 등 10개국을 돌며 기생 생물을

취재했다. 자신보다 수천만 배 더 큰 숙주의 몸과 정신을 조종하는

 기생 생물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개미 엉덩이를 빨갛게 만드는 ‘미오네코니마 니오트로피카’라는

기생충이 특히 재밌었어요. 파나마공화국에서 만난 이 기생충은

개미의 몸속에 알을 낳는데, 감염된 개미는 엉덩이(배)가 빨개져요.

그 모습이 동그랗고 붉은 ‘레드베리’라는 과일과 비슷한데요.

날아가던 새는 개미 엉덩이를 레드베리로 착각하고 잡아먹게 됩니다. 기생충 알은 새의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똥으로 배출되고,

새똥을 좋아하는 개미 유충이 이걸 먹고 다시 감염이 됩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생존해 나가는 거예요.”



기형 개구리를 만드는 기생충 ‘리베이로이아 온다트레’도 흥미롭다.

이 기생충은 다음 숙주인 새로 옮겨가기 위해 개구리의 다리를

기형적으로 크게 만들거나 아예 없애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다리가 불편한 개구리가 새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생 생물에 대한 숙주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얼룩말은 기생충을

몰아내기 위해 겉모습을 진화시켰다. “중남미 동물들에게 가장 위험한 게 체체파리가 옮기는 ‘트리파노소마’라는 기생충입니다. 사자, 말,

원숭이 모든 동물이 해당하는데 얼룩말은 예외입니다. 얼룩무늬가

체체파리의 시선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라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죠.”



◇기생충으로 농사짓고 치매도 치료해



기생충이 농업과 의학 등 각종 분야에서 이용되는 사례도 있다.

‘콜레마니 진디벌’을 활용한 농사법이 대표적이다.

“진디벌은 진딧물의 몸속에 알을 낳습니다. 알에서 부화한 진디벌은

진딧물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자라다 8일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뚫고 나옵니다. 이 진디벌로 농작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진딧물을 퇴치하기도 합니다.”



치매를 치료하는 기생충도 있다. 고양이를 최종 숙주로 삼는 ‘톡소플라즈마’라는 기생충이다. 톡소플라즈마가 고양이가 아닌 다른 동물의

뇌로 들어갈 경우,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면역물질이

생산된다. 현재 이를 이용한 치매 치료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특히 기생충으로

병을 앓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리에서 꿈틀거리며 기어나오는 ‘메디나충’에 감염된 어린이,

체체파리가 옮기는 기생충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화면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어요. ‘기생’이란 다큐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이들의 아픔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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