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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8월에 읽을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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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8-08 00:00 조회1,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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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행나무


2013.06.27 발행/496쪽/14,500원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ini lupus)’. 더 이상 낯설지 않게 실감할 수 있는 말이다. ‘타인이 지옥이다.’ 이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제한된 시공간에서 인간의 이런 어두운 본성이나 내면을 신랄하게 조명하는 작가 정유정의 신작 『28』은 ‘화양’이라는 가상의 수도권 도시에서 28일 동안 ‘붉은 눈’이라고 불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창궐하자 벌어지게 되는 무간지옥을 다룬다. 눈이 빨갛게 되면서 한나절 정도면 갑자기 40도가 넘는 고열이 나고, 이삼일 안에 폐출혈을 일으키며 죽음에 이르는 병은 그 자체로 불가해한 폭력과 재난의 상징이다. 당연히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악들이 벌어진다. 인간은 모든 원인을 개에게 전가하고, 국가 권력은 화양을 고립시키며, 도시 안에서는 살인과 강간, 방화와 약탈이 끊이지 않는다. 개보다 못한 인간이 있고, 인간보다 인간적인 개도 있다. 그래서 인간도 개도 모두 불행하다. 불행이 불행을 낳으면서 불행은 더욱 증폭된다. 이런 불행의 최고치는 이런 지옥도가 바로 현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화양은 세상 어딘가에서 지금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고, ‘붉은 눈’은 작가가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를 생매장하는 동영상에서 모티프를 따온 전염병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지옥이 존재한다.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서재형의 묘비명은, 그래서 다음과 같다. “서재형, 인간 없는 세상으로 가다.” 정유정 작가는 전작인 『내 심장을 쐬라』나 『7년의 밤』에서 보여준 것처럼 탄탄한 플롯과 육박하는 문체로 한 치의 낭만이나 연민을 허락하지 않은 인간의 야수성을 적나라하게 묘파한다. 그래서 얻게 되는 것은 “살아 있어 무섭고, 살고 싶어서 무섭다”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전언이다.


-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고미숙/북드라망


2013.06.15 발행/432쪽/20,000원





  이 책은 언뜻 보면 무거워 보인다. 430쪽에 달하는데 책의 판형이 약간 작아서 더 두터워 보인다. 제목 위에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이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오히려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이라면 이미 많이 조명이 되어 있는 인물이라 새롭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선입관을 버리고 첫 장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도저히 덮을 수가 없을 것이다. 18세기 한국의 역사적 맥락과 지성계의 흐름, 그 속에서 다산과 연암이라는 두 거인의 매력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저자의 간결하고도 분명한 문체와 적절한 어휘 선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이지만, 이 책에서는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소설 같다. 그만큼 술술 읽히며 재미있을뿐더러 수시로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이것이 진정 ‘지성사(知性史)’ 서술의 모범이 아니겠는가?


  역사학에서는 다양한 분류사가 있다. 한국 역사학이 더욱 풍요롭게 되려면 미술사, 사상사, 지성사, 법제사, 경제사, 대외교류사 등 다양한 분류사가 전통 역사학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 책은 18세기 한국 지성사의 복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정말이지 유럽 르네상스시대의 찬란한 문학, 예술, 철학의 향연에도 주눅들지 않을 것 같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한 여름, 이 책을 권한다. 너무 재미있어 더위를 잊으며, 수시로 마음의 울림을 주어 오싹한 추위마저 느낄 것이다.


- 추천자 : 김기덕(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르네 데카르트/김선영/문예출판사


2013.05.30 발행/248쪽/15,000쪽





  서양 근대 철학의 선구자이자 개척자로서 수학자이기도 한 데카르트는 전형적인 합리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그가 인간의 비합리적인 감정과 정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정념론』이라는 책을 남겼다는 것은 다소 의외이다. 데카르트는 이 책에서 몸과 영혼이 서로 독립해 있다는 이원론적 시각을 토대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인간의 정념(수동적인 정서나 감정)들이 발생하고, 또 이 정념들의 효과와 관계는 어떠한지를 분석한다. 그는 몸과 영혼이 서로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정념에 관한 한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고 본다. 즉, 양자 간의 긴밀한 상호관계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기본적인 정념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특이하게 그는 ‘경이’, ‘사랑’, ‘미움’, ‘욕망’, ‘기쁨’, ‘슬픔’이라는 6개의 기본적인 정념들이 있고, 이것들의 조합이나 결합을 통해 여타의 다른 정념들이 파생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정념들에 대해 한편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몸과 영혼의 결합체인 인간에게 좋은 정념과 나쁜 정념이 있고, 따라서 가능한 좋은 정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윤리적인 주장을 펼친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주체적인 자유의지에 의해 정념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지혜 내지 덕을 함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관대함’은 이러한 덕을 따를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긍정적인 정념이다. 관대함은 분노나 화의 정념으로부터 야기되는 부정적인 측면을 잠재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정념론은 물론 현대의 과학적 시각에서 보면 소박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 내용의 깊이나 통찰력으로 볼 때, 우리 현대인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몸과 관련지어 감정을 놀라울 만치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관련한 논의로서 이 책은 하나의 의미 있는 고전으로 손꼽힐 만하다.


- 추천자 : 박인철(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김선영/열린책들


2013.05.30 발행/619쪽/25,000원





  불평등은 불가피하며,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불평등은 마치 강과 바다를 흐르게 하는 낙차와 같이 경제의 순환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평등을 초래하는 방식이 공정하지 않거나 정도가 심각할 경우 사회는 분열과 갈등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살펴보면 불평등을 잘 관리한 나라들은 풍요와 평화를 누렸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폭동과 내란을 겪었다.


  최근 삼십 년 동안 미국의 불평등은 급속도로 악화되어왔고 점차 뚜렷한 분열의 길을 가고 있다.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나라라고 자부해온 미국의 신화가 저물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미국의 불평등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성장을 통한 부의 확산이라는 낙수경제이론과 일자리 창조자로서의 부유층에 대한 신뢰가 얕아지면서 미국사회에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사이의 암묵적 합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과 연결되어있고, 경제의 실패와 정치의 실패는 연결되어 있다. 래리 바텔스의 불평등 민주주의와 같은 맥락이다. 왜 중앙의 이익을 반영한다는 민주주의에서 불평등의 골은 더 깊어질까? 민주정치의 고전인 중위투표자가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인가?


  불평등의 대가는 단순히 윤리적인 정당성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인 대가는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총생산이 감소하며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생산과 성장과 안정도 소비시장의 중심인 하위계층의 주머니 사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불평등의 정치적 대가는 더욱 값비싸다. 만약 양극화된 불평등이 불신을 야기해 사회적인 통합을 위협한다면 민주정치의 정상적인 과정은 도전받는다. 그러나 만약 불평등이 정치 시스템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한다면 그 해결도 정치로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좋은 나라들이 이미 그런 정치를 성공적으로 실험하여 왔다. 그래서 저자도 불평등이 완화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 추천자 : 마인섭(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린 인(LEAN IN]

 


셰릴 샌드버그/안기순/미래엔 와이즈베리


2013.06.05 발행/328쪽/15,000원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저자는 ‘고위직이 될수록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졌다. 이 질문은 한편으로 ‘사회와 조직은 왜 인재의 절반을 놓칠까?’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우연히 참여하게 된 TED 강연에서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라는 제목으로 누구도 쉽게 언급하지 못했던 이 문제를 과감히 공론화했고, 강연 동영상은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기회에 달려들어라 ; 여성, 일, 그리고 주도하려는 의지’(Lean In ; 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라는 원제의 이 책 저자는 여성 스스로를 바꾸고 나아가 세상도 바꾸자고 제안한다.


여성이 사회 또는 조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편견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담은 자기계발 성격이 강한 자서전인 이 책은 다양한 통계 자료, 과학적 연구 등을 근거로 고민했다는 점, 그리고 전 세계 수십여 국가에서 번역 발간될 때 각국 출판사의 협조를 얻어 해당 국가의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현지화를 시도해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극대화해서 외서가 갖는 한계를 극복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저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런 사회 속에서 교육받은 탓에 제 실력을 숨기고 내면화하고 사는 여성들에게 “너무 계획하지 말고, 지레 겁먹고 주저하지 말고, 남자들처럼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약간은 허세도 부리며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아라.”고 주문하는 어쩌면 당연한 저자의 주장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기업의 재무 분야를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맡고 있는가에 따라 기업 투명도를 판단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어쩌면 여성보다 남성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 추천자 : 김은섭(경제/경영 북 칼럼니스트)


 





  과학을 안다는 것

 


브라이언 클레그/김옥진/엑스오북스


2013.06.17 발행/336쪽/18,000원





  우리 몸은 과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축소판 우주이다. 이 책은 사람 몸을 탐색하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풀어간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인류의 진화로부터 최근 뇌과학까지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나, 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나 등 모든 장이 관심을 끈다. 각 장에는 읽기에 지루하지 않을 분량의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하다. 작은 제목들을 살펴보자. 인간이 우주에 던져지면 어떻게 될까, 엉덩이는 의자에 닿을 수 없다, 욕설은 통증을 줄여준다, 맹장은 억울하다, 귀신이 보이는 이유, 빛나는 오줌, 태양계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칠판 긁는 소리는 왜 듣기 싫을까, 바다에는 소금이 없다, 전류는 물처럼 흐르지 않는다, 개는 인간이 개발한 기술, 일곱 색깔 무지개는 없다 등 얼마나 흥미로운가.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이제까지 잘못 알아왔던 것도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저자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지만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에서 보듯이 어려운 과학적인 사실을 전문 용어가 아닌 평범한 단어들로 쉽게 풀어 일반인들에게 전달해 주는 재주를 가졌다. 이 책에서도 그의 진면목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우리 몸 안에는 우주 삼라만상이 있다. 그래서 원본의 제목은 『The Universe Inside You』이다. 사족이지만 책 제목이 『과학을 안다는 것』보다 좀 더 멋졌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거울에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 보듯이, 이 책은 우리 내면을 비추어보는 거울이다.


- 추천자 : 김웅서(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창작에 대하여

 


가오싱젠/박주은/돌베개


2013.06.10 발행/440쪽/20,000원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어떤 이는 글쓰기란 허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나의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며 공감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나르시시즘이고 허영심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가오싱젠은 2000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 창작의 조건으로 고독을 꼽았다. 창작이란 고독에서 우러나온다는 뜻인데, 여기서 고독이란 외로움이 아니라 방해받지 않고 진정 혼자서 생각을 묵힐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역시 나르시시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영보다는 자유의 의미다. 미디어가 세상을 장악해버린 소란스러운 이 세상에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면,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고독은 필수이다.


  예술을 창조하는 이라면 사회의 대변자가 된다거나 정치적 사건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정 사상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는 순간 작가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그 틀 안에서만 생각이 맴돌게 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과거를 전복할 만한 혁명적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해서 참신한 작가나 예술가가 되리라고 믿는 것 또한 오류이다. 그렇게 하면 혁명 그 자체를 위한 혁명이 되어, 과거의 것과 다르면 이유를 불문하고 맹목적적으로 좋다는 식으로 창작의 본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문예비평가인 발터 벤야민이 말했듯 “새로운 것은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 중의 하나”일 뿐이다. 결국 새로움이란 얼마나 더 충격적인가가 아니라, 자기만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창작을 둘러싼 여러 선입견들을 깨뜨리면서, 자유롭게 스스로의 감성으로 주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한다.


-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감정의 인문학

 


소영현 외/봄아필


2013.06.25 발행/288쪽/15,000원





  “결국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어느 누구와도 가능하지 않았다.” 플로베르의 소설 <감정교육>에 나오는 말이다. 자신의 속내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비단 19세기에만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정직한 자기 노출’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하며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치부된다.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의 감정은 언제나 적절한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다.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다. 감정에 대한 사회비평 혹은 사회인문학적 접근이 가능하고 또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3인의 인문학자가 쓴 <감정의 인문학>은 ‘감정이라는 복잡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란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친밀성의 영역과 공공성의 영역 사이에 걸쳐 있는 우리의 표정과 감정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는지, 감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바라본 우리의 현실은 어떤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다.


  저자들은 열정과 분노, 슬픔과 공포, 위안과 기대, 그리고 평온과 광기에서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발견하고 감정의 역사성을 되짚는다. 감정의 젠더를 질문하고 감정의 계급성을 되새긴다. 이를 위해 영화와 드라마,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분석거리로 삼았다. 비단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만 의의를 둔 책은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감정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면서 저자들은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 또한 회복하고자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지금-여기’의 삶에 대해 인문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들의 표현으론 ‘함께 고민하는 인문학’의 한 사례다. ‘함께 고민하는 인문학’이 앞으로 더 넓어지고 깊어지길 기대한다.


- 추천자 : 이현우(인터넷 서평꾼)






 


 


 



 


서진석/비즈니스북스 북라이프


2013.07.10 발행/296쪽/14,000원





  연년생 두 딸아이가 초등학교 5, 6학년이던 때 그들의 일기장을 보고 크게 낙담했던 기억이 있다. 거의 1년에 걸친 일기에 엄마는 무수히 등장하는데 아빠인 내 이야기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들의 일상에는 아빠가 없었던 것이다. 바쁜 직장생활 핑계대고 아이들에게 소홀한 대가는 그들의 사춘기 때 톡톡히 치렀다. 애들과 진지한 대화는커녕 말 한마디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다르다. 40대 이전 세대들에게는 개념조차 없었던 남성 육아휴직도 일반화하는 추세다. 젊은 아빠들의 육아 및 가사 분담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아빠들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육아나 아이교육에 대해서는 여전히 방관자로 머물고 있는 젊은 아빠들이 많다. 아빠들이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자각은 늘었지만 실천에서는 그런 의식을 따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생, 중학생 두 아이의 아빠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좋은 아빠’ 지침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 곁으로 가기만 하면 아빠의 자리는 언제든 찾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노력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빠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춘기 이전에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과 관심 투자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거센 풍랑이 몰아치는 사춘기를 무사히 건널 방주를 아빠와 아이가 미리 만들어 둘 것도 권한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기, 같은 취미 가지기, 공부 직접 가르치기 등을 통해 아빠와 아이 사이에 형성된 유대감과 친밀감이야말로 그런 방주가 된다. 저자는 『애들아~ 아빠랑 놀자』, 『내 아이가 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체험나들이』 등의 책을 통해서도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들을 소개한 바 있다. 저자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숱한 고민과 노력 끝에 정립한 이런 노하우들은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초보 아빠들에게 매우 유익한 길잡이가 될 만하다.


- 추천자 : 이계성(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우리 집에 외계인이 산다

 


김혜영 글, 오정택 그림/살림출판사


2013.06.28 발행/172쪽/9,500원





  상상력이 경쟁력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상상력은 비행기를, 조엔 롤링의 상상력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이런 상상력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말랑말랑한 어릴 때부터 키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엉뚱한 생각, 엉뚱한 이야기에 많이 빠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다행히 요즘엔 우리나라에서도 판타지 동화가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SF 판타지동화이다. 250년 전 고향별을 잃고 떠돌던 소수의 바루아족이 지구에 정착했고, 정체를 감춘 채 지구인과 결혼했으며, 3 세대에 걸쳐 태어난 혼혈외계인들이 우리 곁에 숨어살고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사람 배꼽에서 나무의 싹이 자라고, 나중에는 사람이 나무가 되어 버리는 트렌스트리 증후군이 지구인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혼혈 외계인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 공중부양 능력을 가진 주인공 민우나 동물과 교감 능력을 가진 민우 엄마처럼 다수의 혼혈외계인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알아챈  강박사가 트렌스트리 증후군이 외계인들의 소행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렸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인들은 외계인들을 증오하고 배척하며 우주로 추방하려는 계획까지 세운다. 하지만 민우가 혼혈외계인과 지구인들의 화합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혼혈 외계인인 민우의 눈을 통해 인종 차별과 배척주의를 비판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진정한 마음이라는 것을 말한다.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과 함께. 이 책은 똑같은 주제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풍미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혼혈외계인이라는 신선한 소재, 사람 배꼽에서 나무가 자란다는 특이한 설정, 이것이 지구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탁월한 상상력 덕분에 이야기가 무척 독특하고 흥미로워졌다.


- 추천자 : 오은영, 이상희(동시 동화 작가, 그림책 작가













 

좋은 아빠의 자격


 

 




 


 

 




 


 



 


 

 


 



 


 

 

 


 

 




 




정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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