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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몰입하니 자기소개서 쓸 거리가 샘솟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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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1-18 00:00 조회1,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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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몰입하니 자기소개서



  쓸 거리가   샘솟아요”




 




중학교 때부터 거미에 빠져 연구활동까지 하게 된 대전고 채준호군이 자신이 키우는

농발거미를 바라보고 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함께하는 교육] ‘1인1프로젝트’ 활동 고교생들


대학입시에서 자기소개서가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각종 교내외

활동으로 쌓은 학생들의 스펙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신만의

특별한 관심 분야를 찾아 연구·활동하는 학생들 이야기를 모아봤다.

 





 


거미 250마리 기르는 채준호군

평화주제 탐구·글쓰기 김서형양

100여종 새 관찰기 낸 박진석군

게임하다 기획까지 손댄 하태훈군

“입시 생각 안하고 좋아서 했는데

어느 순간 스토리텔링이 절로 돼요”

 


 


“12월에 개봉하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 제가 기르던 적갈늑대거미가 나와요. 협찬을 부탁받았거든요. 주인공 전도연씨가 ‘레베카’라는 이름을 붙여준 거미도 있어요.”

 


대전고 2년 채준호군의 이야기다. 지난 9일, 채군은 투명한 통에 농발거미를 하나씩 담아 모두 네 마리를 갖고 왔다. 전남 나주시 동강면 한 폐가에서 채집한 것으로 거미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희귀종이다. 중3 때 찾기 시작해 3년 만에 발견했다. 채군은 매주 주말, 시골의 산과 폐가 등을 찾아다닌다. 기르는 거미만 250마리, 40여종. 발견한 뒤 <한국거미> 학회지에 게재해 신종등록을 한 거미도 6종(지리거북이등거미, 지리닷거미, 노동굴뚝거미, 주필농발거미, 용두늑대거미, 비탈거북이등거미 등)이다. ‘적갈늑대거미의 생활사’ 등 채군이 쓴 논문도 <한국거미>에 게재됐다.

 


 


주말이면 거미 찾아 전국 폐가로

 


어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다. 다리 여덟 개에 크기도 다양한 거미가 신기해 보였다. 중2 때 친구를 통해 한국거미연구회를 알게 되면서 그곳 친구들과 각종 채집을 하러 다니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거미연구소가 만든 이 연구회는 거미를 좋아하는 학생들로 이뤄진 순수 연구

모임이다. “채집을 해오면 열심히 들여다보고 종별로 분류해서 기록을 해둡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연구소의 전문 교수진에 자문을 구했죠. 국내외 연구자료도 참고하구요.”

 


채집만 4년째. 노하우가 생겼다. 특정 장소에 도착하면 거미가 어느

방향으로 도망갈지 동선부터 파악한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농발거미를 발견한 게 폐가였는데 장롱을 확 열었더니 초상화가 있는 거 있죠. 깜짝 놀랐죠. 그런 일 많습니다. 험한 산길을 가다가 죽을 뻔한 경험도 여러 번 했어요. 담력이 있어야 가능하죠.”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채군은 “거미에 미친

건 맞지만 괴짜는 아니다”라며 “남들처럼 밴드활동도 하고, 게임도

즐기고, 친구도 많은 평범한 고교생이다”라고 했다. “다만 뭐 하나

놓고 관심이 생기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데는 뭔가 있습니다.

인문, 서양고전 등을 좋아하는데 한번 잡으면 끝을 볼 때까지 읽죠.”

 


한국거미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는 채군은 “나는 뭣도 모르고 그냥 좋아서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스펙 관리를 위해 연구회에 가입하는 것 같은 후배들을 보면 살짝 씁쓸하기도 하다”며 “뭐든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교수나 국립공원연구원으로 일하고 싶어요. 거미만큼 역사를 좋아하거든요. 거미가 한국에 들어온 과정을 살펴보는 게 마지막 목표죠.”

 


 




평소 ‘역사 속 불편함’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서울 삼각산고 김서형양(맨 오른쪽)은 ‘강제징집’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라지는 역사, 시베리아 억류자’를 주제로 소논문을 썼다. 사진은 김양이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이재섭씨

(오른쪽 둘째)를 만난 모습이다. 김서형양 제공



 


 


‘불편함’ 느껴지면 뭐든지 연구

 


“제 프로젝트는 모두 ‘불편’에서 시작해요.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전쟁이 불편했고, 그 속에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도 불편했어요. 다 거기서 출발했죠.”

 


서울 삼각산고 2년 김서형양의 이야기다. 김양은 얼마 전, 교내 ‘1인1

프로젝트 발표대회’에서 2등을 했다. 이 학교에선 2011년부터 자신의 관심 분야나 진로와 관련해 주제를 정하고, 탐구계획을 세워 체험활동을 더한 소논문을 쓰는 1인1프로젝트를 한다. 김양은 올해 ‘사라지는 역사, 시베리아 억류자’를 주제로 소논문을 써 입상했다. 시베리아

억류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뒤 약 70만명의 일본군 등이 소련군에

연행돼 시베리아, 사할린 등의 포로수용소에 억류됐던 사건을 말한다. 일본군 포로 가운데 일제에 징병됐던 조선인들도 약 17만명이나 끼어 있었다.

 


“중요한 문제인데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친구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저자 김효순씨, 시베리아 억류 피해자이면서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조선사람들의 모임인 ‘삭풍회’ 회장 이재섭씨도 만났습니다.” 이렇게 쓴 논문은 곧 소셜펀딩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에서 펀딩을 받아 책자로 만들 예정이다.

 


‘불편함’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용산 전쟁기념관,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한 프로젝트도 있다. 김양은 “용산 전쟁기념관 프로젝트의 경우, 어릴 때부터 활동해온 북한어린이지원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 친구들과 함께 진행했다”며 “‘전쟁’이라는 걸 어떻게 기념할 수 있는 걸까 싶어서 전쟁기념관 속 모순되는 요소와 객관적이지 못한 사실을 공부해 정리했고, 직접 해설사가 되어 청소년들에게

해설하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텀블벅에서 200만원 목표로 <평화 Talk>라는 책자 만들기 펀딩을 시작했다. 3월22일부터 4월26일까지 약 한 달 만에 200만원이 모였다. 이 일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일본의 강제 징용, 징병’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하는

수요집회에도 참여했다.

 


김양이 남다른 평화감수성을 갖게 된 건 어릴 적부터 어린이어깨동무 활동을 통해 평화교육을 받았던 게 큰 계기가 됐다. “학교에서도 1인1프로젝트와 관련해 일주일에 한 번씩 ‘창의적 글쓰기’ 시간이 있어요. 선생님들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조언도 해주시고, 계획서를 써볼 기회도 주시죠. 그런 일상의 관심과 공부가 보이지 않게 도움이 됐죠.

제 이메일(
dglow21@hanmail.net)로 <평화 Talk> 책자를 신청하시면 피디에프(PDF) 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경남 남해해성고 박진석군은 새에 빠져 남해 주변으로 탐조활동을

한 뒤 얼마 전 <새와 함께 꿈을 꾸다>라는 책을 썼다. 박진석군 제공



 


 


남해 새 박사로 불리며 책도 썼어요

 


“요즘 다들 입시준비 하느라 좋아하는 걸 못 찾잖아요.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걸 찾고, 몰두하며 꾸준히 공부해온 모습이 기특했어요.

또래들에게 역할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출판사 ‘자연과사람’의 김유수 사장이 얼마 전 펴낸 <새와 함께 꿈을 꾸다>의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책을 쓴 이는 경남 남해해성고 2년

박진석군. 박군은 이 책에서 고향 남해에서 서식하고 활동하는

직박구리, 논병아리 등 100종 이상의 새를 관찰한 이야기를 썼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앵무새 사진을 보고 반했다. 잉꼬를 키우기 시작했다. 잉꼬를 유치원에 분양하면서 선생님에게 조류도감을 선물로 받았다. 그 뒤로는 닭을 길렀다. 알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는 모습, 병아리가 닭으로 자라는 모습 등이 마냥 예뻐 보였다. 박군의 책은 이렇게 직접 키우던 조류 또는 탐조를 통해 만난 새들의 표정과 생활 등을 관찰해 적은 이야기다. 부모님은 새를 관찰하라며

카메라를 선물해줬다. 남해를 배경으로 탐조가 시작됐다. 새에 관한

이야기는 일일이 노트에 다 적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새 관련 책 40여권을 읽었다. “처음에는 어디로 가야 새를 만나는지, 만난 새는 어떤 새인지 몰라서 헤맸어요. 무작정 집 밖으로 나왔다가 모르는 게 생기면 다시 들어가 도감을 봤죠. 그리고 다시 또 나갔습니다.”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했다. 새 박사로 알려진 윤무부 박사가 만나고

싶었다. 누군가 블로그에 올려둔 윤 박사의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했다. “제 소개를 드렸더니 당돌하고 마음에 드는 친구라며 웃으시더라구요. 남해에서 같이 탐조도 해주셨죠. 그 이후로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전화를 합니다.”

 


박군은 “자소서를 쓰더라도 내가 정말 새를 좋아하는 이유를 사실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 수 있다”고 했다. “새가 마냥 예뻐서 시작했는데

연구하면서 조류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어요.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새를 지켜주려면 제가 힘이 있어야죠. 지금은

남해 전체 생태지도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는 게임을 기획하고 싶다는 부산 장안고 하태훈

군이 11월12일 ‘제2회 대한민국 기능성 게임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

에 참석해 포즈를 취했다. 하태훈군 제공



 


 


남들은 나쁘다는 게임, 내겐 교육콘텐츠

 


“사실 게임 한다고 했을 때 좋아하지 않았어요.”

 


부산 장안고 2년 하태훈군의 어머니 김미성씨의 이야기다. 지난해,

‘게임’이라는 말에 근심 어린 표정을 짓던 부모님 앞에서 하군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왜 게임기획자가 돼야 하는지, 게임이 인류에 어떤 좋은 영향을 주는지 등을 조목조목 정리했더군요.”

 


하군은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제2회 대한민국 기능성 게임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피아노

공주와 개구리 왕자’라는 제목의 게임 아이디어 기획안으로 교육 분야 우수상을 탔다. 음악을 처음 배울 때 주로 선택하는 악기인 피아노를 배우면서 게임도 하는 식의 스토리였다.

 


수상자 중 유일한 고교생. 특성화고 학생들을 뒤로하고, 상을 타게

되기까진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다. 방과후 집에 오면 이야기 나눌 만한 상대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겼다. 평소 부모님의 생활습관을 물려받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몸에 배 있었다. 덕분에 밤새워 게임을 하진 않았다. 운 좋게 꽤 괜찮은 게임 커뮤니티를 만났다. “보통 초등학교 때 게임에 빠지면 게임중독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빠지죠. 저는 게임 자체도 좋아했지만 게임 커뮤니티 사람들과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좋은 방향으로 풀렸죠.”

 


말도 없고, 적극성도 부족했던 하군의 성격은 게임 덕에 조금씩 변했다. 사람들 속에서 게임을 만난 덕분이다. 진로에 관심이 생기던 고교

2학년 초, 부산 지역에서 열린 한양대 진로박람회에 참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우연히 한양대 광고학부 장대진 형의 특강을 듣게 됐어요. 그분도 꿈이 없었고 방황도 했는데 지금은 자기 꿈을 찾았더라구요. 남 얘기 같지 않았어요. 게임을 좋아하긴 하는데 아는 게 없으니 롤모델을 직접 찾으려고 애썼어요.” 그 뒤로 게임기획자가 하는 일, 어려운 점 등이 궁금해 ‘청소년 게임 개발 커뮤니티 Aden’이 개최하는 각종 강연을 들으러 다니며 실질적인 진로탐색을 시작했다. 이번에 수상한 스토리 기획안은 창의력, 스토리텔링 능력, 논리력 등이 모두 필요한 작업이었다. 기획안에 들어간 캐릭터도 직접 그렸다.

하군은 “평소 게임기획을 하기 위해 일상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해둔다”며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 많이 봤는데 뭔가에 몰입하고 정리하는 능력은 그 덕에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하군은 게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만한 기획을 해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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