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내 아이 3......부모 등쌀에… 성적표까지 고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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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기석
작성일14-11-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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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등쌀에… 성적표까지 고치는 아이들
[성적에 목매는 교육 毒親]
"자식 위해…" 백일장 代筆(대필) 구하고, 직접 논술학원 다니는 父母들
-부모들 '아이는 나 以上 돼야…'
성적 좋아야 성공한단 믿음 커 포기했다가도 다시 성적 집착
'학생부 조작' 不法 저지르고도 "강남 부모들 다 이런다" 항변
모 지방대 교수로 있는 박모(51)씨의 교육 철학은 '공교육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 수석 합격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했다'고 말하는 걸 볼 때마다 중학생 아들에겐 "다 거짓말"이라고 상기시켰다.
박씨는 아들 성수를 위해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은 업계에서 이름난 강사에게 맡겼다. 한 달에 사교육비만 400만~500만원을 들였다. 성수는 중학교 3년 내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자율형사립고 입학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해 봄 담임교사로부터 박씨가 받아 보던 '상위권 성적표'는 아들이 조작한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는 "처음엔 '성적에서 관심을 떼자'고 마음먹었으나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성수는 박씨의 '권유'로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입시학원에 다니고 있다.
영남대 총장을 지낸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신의 성공 경험에 집착해 자녀에게 '너도 할 수 있다'며 채찍질하고, 이런 '교육 독친(毒親)'에 억눌린 아이들은 집에서 거짓으로 '착한 아이'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 성적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업한 최모(54) 변호사는 지난해 큰딸을 명문 국립대에 입학시키고 나서 "어릴 때부터 명문 대학에 데리고 다니며 '대학 캠퍼스가 정말 멋지지 않니'라고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킨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믿고 있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도 점점 경쟁이 심해지는데 적어도 내 딸은 '나 이상'은 되지 않겠느냐"며 "평소 '학교 성적이 인생 성적을 보장하진 않는다'고 말해 왔지만, 마음속으로는 내 딸은 제발 명문대에 진학했으면 하고 빌었다"고 말했다.
◇장기결석하고 홍콩 유학 간 초등생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대기업 근무 12년차인 손모(39)씨는 "요즘 한국의 교육열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손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영호(가명·8)의 겨울방학이 걱정이다. 지난 여름방학 때처럼 가족이 또 '영호의 홍콩행(行)'을 밀어붙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다. 영호는 지난 7월 초 학교에 장기 결석계를 내고 고모가 사는 홍콩 국제학교에 한 달간 '유학'을 갔다.
당시 손씨는 "초등학생이 무슨 유학이냐"고 했지만 영호 고모가 "홍콩 아이들은 6세 때부터 영어와 중국어를 바이링구얼(bilingual)로 배우고 있는데 영호는 이미 늦었다" "한국 엄마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는데 물정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70대 노모(老母)도 "하나뿐인 손자한테 뭔들 못해주겠느냐"고 거들었고, 손씨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손씨는 "노모까지 가세해 '너는 아이 교육에 신경 끄고 돈이나 벌면 된다'며 다그치는데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적 위해선 불법도 마다하지 않아
아이의 대학 진학을 위해 '성적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게 한국의 학부모다.
현직 교사와 짜고 스펙을 조작해 아들(20)을 한의대에 입학시켰다가 덜미를 잡힌 이모(49·대학 시간강사)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남 한번 가보세요. 다른 부모도 다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강변했다. 이씨 아들은 서울 양천구 목동의 고등학교에 다녔고, 이씨는 고교 진학설명회에서 아들을 사례로 강연을 할 정도로 '성공한' 엄마로 유명했다. 그러나 아들의 성적은 모두 어머니 이씨가 조작한 것이었다.
이씨가 섭외한 교사가 써준 시(詩)를 제출해 백일장 대회에서 상을 타게 했고, 토론 대회에는 수상 경력이 있는 다른 학생을 아들로 둔갑시켜 내보냈다. 이렇게 꾸민 스펙으로 이씨 아들은 2012년 서울 모 대학 생명과학계열에 입학했다가 그만둔 뒤 이듬해 다시 한의대에 들어갔다. 최근 한양대 대입 전형 R&D센터가 실시한 '대입 수시전형 인식 조사'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약 75%가 '학생부 스펙 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다시 다니는 부모들
20일 오전 9시쯤 서울 반포동 한 커피숍에는 30·40대 주부 6명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 주부가 "이번엔 아이 학교에서 점토로 뭘 또 만들어 오래"라며 한숨을 쉬자 다른 주부는 "대행업체에 맡기라"고 조언했다. 옆에 있던 다른 주부는 "난 독후감, 논술 때문에 요즘 논술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거들었다. 3시간여 동안 이어진 이들의 대화 주제는 오로지 '공부와 성적'이었다. 교장·교감에서부터 담임교사, 학원 강사, 스포츠 클럽 코치들까지 수많은 교사·강사의 평가와 학원 교재·강의 방식·수업료 등 수많은 정보가 쏟아졌다.
부모들의 극성은 사교육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1년 기준 월 7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은 85.3%(월 44만원), 월 소득 300만~400만원 가구는 76.8%(월 24만원)이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도 35.3%가 월 6만3000원의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있었다.
"자식 위해…" 백일장 代筆(대필) 구하고, 직접 논술학원 다니는 父母들
-부모들 '아이는 나 以上 돼야…'
성적 좋아야 성공한단 믿음 커 포기했다가도 다시 성적 집착
'학생부 조작' 不法 저지르고도 "강남 부모들 다 이런다" 항변
모 지방대 교수로 있는 박모(51)씨의 교육 철학은 '공교육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 수석 합격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했다'고 말하는 걸 볼 때마다 중학생 아들에겐 "다 거짓말"이라고 상기시켰다.
박씨는 아들 성수를 위해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은 업계에서 이름난 강사에게 맡겼다. 한 달에 사교육비만 400만~500만원을 들였다. 성수는 중학교 3년 내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자율형사립고 입학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해 봄 담임교사로부터 박씨가 받아 보던 '상위권 성적표'는 아들이 조작한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는 "처음엔 '성적에서 관심을 떼자'고 마음먹었으나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성수는 박씨의 '권유'로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입시학원에 다니고 있다.
영남대 총장을 지낸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신의 성공 경험에 집착해 자녀에게 '너도 할 수 있다'며 채찍질하고, 이런 '교육 독친(毒親)'에 억눌린 아이들은 집에서 거짓으로 '착한 아이'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 성적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업한 최모(54) 변호사는 지난해 큰딸을 명문 국립대에 입학시키고 나서 "어릴 때부터 명문 대학에 데리고 다니며 '대학 캠퍼스가 정말 멋지지 않니'라고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킨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믿고 있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도 점점 경쟁이 심해지는데 적어도 내 딸은 '나 이상'은 되지 않겠느냐"며 "평소 '학교 성적이 인생 성적을 보장하진 않는다'고 말해 왔지만, 마음속으로는 내 딸은 제발 명문대에 진학했으면 하고 빌었다"고 말했다.
◇장기결석하고 홍콩 유학 간 초등생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대기업 근무 12년차인 손모(39)씨는 "요즘 한국의 교육열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손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영호(가명·8)의 겨울방학이 걱정이다. 지난 여름방학 때처럼 가족이 또 '영호의 홍콩행(行)'을 밀어붙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다. 영호는 지난 7월 초 학교에 장기 결석계를 내고 고모가 사는 홍콩 국제학교에 한 달간 '유학'을 갔다.
당시 손씨는 "초등학생이 무슨 유학이냐"고 했지만 영호 고모가 "홍콩 아이들은 6세 때부터 영어와 중국어를 바이링구얼(bilingual)로 배우고 있는데 영호는 이미 늦었다" "한국 엄마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는데 물정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70대 노모(老母)도 "하나뿐인 손자한테 뭔들 못해주겠느냐"고 거들었고, 손씨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손씨는 "노모까지 가세해 '너는 아이 교육에 신경 끄고 돈이나 벌면 된다'며 다그치는데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적 위해선 불법도 마다하지 않아
아이의 대학 진학을 위해 '성적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게 한국의 학부모다.
현직 교사와 짜고 스펙을 조작해 아들(20)을 한의대에 입학시켰다가 덜미를 잡힌 이모(49·대학 시간강사)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남 한번 가보세요. 다른 부모도 다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강변했다. 이씨 아들은 서울 양천구 목동의 고등학교에 다녔고, 이씨는 고교 진학설명회에서 아들을 사례로 강연을 할 정도로 '성공한' 엄마로 유명했다. 그러나 아들의 성적은 모두 어머니 이씨가 조작한 것이었다.
이씨가 섭외한 교사가 써준 시(詩)를 제출해 백일장 대회에서 상을 타게 했고, 토론 대회에는 수상 경력이 있는 다른 학생을 아들로 둔갑시켜 내보냈다. 이렇게 꾸민 스펙으로 이씨 아들은 2012년 서울 모 대학 생명과학계열에 입학했다가 그만둔 뒤 이듬해 다시 한의대에 들어갔다. 최근 한양대 대입 전형 R&D센터가 실시한 '대입 수시전형 인식 조사'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약 75%가 '학생부 스펙 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다시 다니는 부모들
20일 오전 9시쯤 서울 반포동 한 커피숍에는 30·40대 주부 6명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 주부가 "이번엔 아이 학교에서 점토로 뭘 또 만들어 오래"라며 한숨을 쉬자 다른 주부는 "대행업체에 맡기라"고 조언했다. 옆에 있던 다른 주부는 "난 독후감, 논술 때문에 요즘 논술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거들었다. 3시간여 동안 이어진 이들의 대화 주제는 오로지 '공부와 성적'이었다. 교장·교감에서부터 담임교사, 학원 강사, 스포츠 클럽 코치들까지 수많은 교사·강사의 평가와 학원 교재·강의 방식·수업료 등 수많은 정보가 쏟아졌다.
부모들의 극성은 사교육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1년 기준 월 7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은 85.3%(월 44만원), 월 소득 300만~400만원 가구는 76.8%(월 24만원)이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도 35.3%가 월 6만3000원의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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