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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퍼옴) 내 아이는 너무 평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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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기석
작성일18-01-27 15:43 조회1,8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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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너무 평범한 걸까?

세상은 너무도 넓고 다양하다. 자녀를 좁은 틀 속에 묶어두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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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인공 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많은 부모로 하여금 ‘내 아이에게 무엇을 시켜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알파고가 바둑 세계 챔피언 이세돌을 이겼다고 해서 도대체 ‘알파고’가 어떤 고등학교인지 알아보니 바둑 명문 특목고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열은 뜨겁다.

내가 영재들과 그들의 부모를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귀국 후 지인의 부탁으로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도와주기 위해 부모 상담을 시작하면서였다. 그 이후 20년이 넘었지만 만나는 부모마다 비슷한 질문을 한다.

“재능은 타고나나요, 아니면 길러 질 수 있나요?”

이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자녀를 위한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모두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발달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가지고는 뛰어난 성취를 이룰 수 없다. 타고난 능력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이후 학습과 훈련, 연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재학자들은 ‘10년의 법칙’ 혹은 ‘1만 시간의 룰(rule)’을 이야기한다. 체육이든 음악이든 과학이든 그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만 한다. 그 시간은 그 분야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몰입의 시간이다.

그렇다면 ‘영재를 길러낸 영재 부모는 나 같은 일반 엄마와 무엇이 다를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그들의 교육 방식과 양육 태도는 의외로 명료하다. 미국의 교육학자 벤저민 블룸에 따르면 자녀를 영재로 키운 부모들은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녀에게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여 끝마치도록 강조하였고, 자신들도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면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자녀에게 본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들은 자녀의 재능 계발 단계에 맞추어 적절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주었으며, 자녀와 함께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자녀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였다. 특히 창의적인 부모들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격려하였으며, 사물에 대한 호기심, 의문을 언제든지 나타낼 수 있게 하였고,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즐기면서 탐색하고 공부하며, 자율적인 선택과 결정의 기회를 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우리나라 과학자 가정에서 보여준 공통적인 특징은 책이나 체험 등 가족의 적극적인 지원과 풍부한 자극 제공, 좋은 교사의 지도, 과학자나 전문가와의 의미 있는 만남, 그리고 종교 환경 등이 있었다.

그런데 재능 분야는 너무도 다양하며, 분야별로 시작하는 연령이나 정상에 도달하는 시기, 전문가로 활동하는 지속 시기도 다 다르다. 예를 들어 피겨 김연아 선수, 체조 손연재 선수, 바둑의 이세돌 9단을 보면 일찍 시작해서 10대에 정상에 오른다. 음악의 경우 바이올린은 관악기나 성악에 비해 훨씬 일찍 시작한다. 학문 분야라면 수학이나 과학은 일찍, 사회과학은 다소 늦게 발달한다. 또한 재능이 있더라도 모두 다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어릴 때 평범했다고 뛰어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일취월장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대기만성하는 아이도 있고, 슬럼프에 빠지는 아이도 있다.

TV나 매스컴을 보면 너무도 영특하고 뛰어난 아이가 많다. 지난해 SBS ‘영재발굴단’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영재가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수학, 바둑, 기억력, 자동차, 물고기, 우주, 작곡 등 분야도 다양했다. 또 최근 어린이 대상 음악 프로그램 ‘위키드’에 나오는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고 뛰어난 가창력과 실력을 보여줘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너무 일찍부터 남을 꺾어야 이기는 경쟁을 치르며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싶어서.

한편으로 시청하는 부모들에게는 자녀가 뭐든 끼와 능력을 가져야 쓸모 있는 인간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내 아이가 너무 평범하다고 느껴져 주눅이 들거나 박탈감을 갖기 쉽다. 그리고 내 자녀가 미래의 경쟁에서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과 조바심으로 ‘뭐 잘하는 거 없을까? 뭘 시켜서 잘하게 할까?’ 염려하고 조급해한다.

내 아이도 TV 속 아이들처럼, 아니 그만큼은 아니지만 뭔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자녀에게 뭔가를 시키고 강요하게 된다. 그러면 자녀는 의욕도 없이 억지로 따라가다가 곧 포기하거나 부모와 힘겨루기를 하게 된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자녀는 전혀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잘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불안해진다.

그러다 부모의 다그침을 야단으로 느끼는 아이는 ‘난해도 안 돼’ 하며 열등감에 빠지고 결국 애착 관계가 깨진다.

재능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자녀에게 성공에 필요한 힘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의 저자 폴 터프(Paul Tough)는 자녀의 성공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IQ가 아니라 뚝심, 호기심, 자제력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와 성실성이라고 하였다. 이 말에 절절히 공감한다. 나 역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길러주지 못했음이 후회되기도 한다.

내 아이가 어릴 때에는 나도 초보 부모라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아이들이 다 크고 보니 나도 부모로서 아이들만큼 성장해 있다. 시야도 넓어지고 형통함과 곤고함이 교차한다. 자녀가 부모 맘대로 되지 않음도 느낀다. 세상은 너무도 넓고 다양하다. 자녀를 좁은 틀 속에 묶어두기보다는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자. 재능을 즐길 수 있는 아이, 훈련을 견딜 수 있는 아이, 더불어 함께할 수 있는 아이, 행복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아이로 성장한다면 아이는 매우 행복할 것이다.

이 글을 쓴 윤여홍은영재 교육 권위자인 동시에 아동 심리 전문가다. 서울대와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각각 심리학과 교육 심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KAGE 영재교육학술원 소장으로서 영재 아동에 관한 연구를 하다 지난 2월에 퇴사했다. 지난해 SBS ‘영재발굴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현재는 부모 교육과 상담 외에 도서 번역·저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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