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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내 아이 2.........'자신의 삶'을 '자식의 삶'에 심으려고만 하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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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기석
작성일14-11-21 16:45 조회1,6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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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毒親의 유형들>

①어릴 때부터 부모들이 짠 인생 스케줄에 따라 아이 일거수일투족 간섭
②부모가 성공·실패 경험 통해 아이가 결정해야 할 일 통제… 커서도 스스로 결정 못 해
③자녀 자유 존중하는 척하면서 아이 인생 주요 길목에선 부모의 생각 주입 '이중구속'

방과 후 축구 교실에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 명우(가명·7)는 사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몸싸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명우는 집에서 혼자서 블록 장난감을 만드는 게 취미다. 지난 주말 축구 교실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빠한테 "다른 친구 공을 빼앗으려 하지 않고 멀뚱멀뚱 지켜만 보는 거냐"며 심한 잔소리를 들었다. 옆에 있던 엄마는 시무룩해진 명우에게 "다 너를 위해서 저러시는 거야"라고 달랬지만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 중인 명우 아빠는 "아이를 나무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안 그랬는데' 하는 생각에 아이의 행동에 참견하게 된다"고 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부모에게 험한 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세뇌를 당한 것과 같다."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毒親)'의 저자 수전 포워드(Susan Forward) 박사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자식의 삶을 통제하는' 독친

대학생 박모(23)씨는 최근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몰래 사설 업체에 맡겨 자기의 SNS 계정을 해킹한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의사인 아버지와 사회활동가로 이름이 꽤 알려진 어머니가 여자 친구의 학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제를 반대한 게 발단이었다. 박씨는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만나 왔는데, 이를 의심한 부모가 뒷조사한 것이다. 박씨는 "부모님이 SNS 계정을 해킹하고도 오히려 '당장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보내겠다'라는데 미쳐버릴 것 같다"고 했다.

박씨를 상담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유혜란 상담원은 "박씨 부모는 자기들이 짠 인생 스케줄에 따라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간섭해온 통제형 독친"이라며 "박씨가 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데 부모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화, 고전 속 부모 유형 정리 표
박씨는 상담 과정에서 "어릴 때를 떠올리면 학교에서 나눠준 알림장을 잃어버려 부모님께 혼날까 봐 집에 가기 싫다고 담임선생님 앞에서 벌벌 떨던 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유 상담원은 "완벽을 요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성인들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봐 늘 긴장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했다.

독친은 '아이의 삶에 부모의 삶을 투영'하면서 시작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은성(가명·18)이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대학 수시 입학 지원을 준비하다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대학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데 아버지(52)가 "의대에 가려면 경로당 봉사 경력을 부각시키는 게 좋겠다"며 직접 다시 쓰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은성이 아빠는 의사다.

대학 졸업 후 공군 중위로 복무 중인 박모(28)씨는 전역을 앞두고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취업을 하고 싶은데 아버지가 무조건 대학원에 가야 한다고 하니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고학(苦學)으로 대학을 졸업한 아버지(59)한테 어릴 때부터 "넌 공부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부모가 과거 자신이 밟아온 성공의 길이나 이루지 못한 한을 아이에게 투영해 간섭하면 아이는 커서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고학력 부모들의 독친화

평소 자녀의 자유를 존중하는 척하면서도 자녀 인생의 중요 길목에서 자기의 생각을 주입하는 '이중구속(二重拘束·double bind)'형 부모도 독친의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 이런 유형은 고학력 부모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서울 반포의 한 입시학원에서 만난 재수생 김모(18)군은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고 말해왔는데 막상 대학 갈 때가 다가오니까 '의사가 되면 장래가 보장되는데 성적을 좀 올려 의대에 가는 게 어떻겠니'라고 물어온다"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얘기는 입 밖에도 못 낸다"고 했다. 유웨이중앙교육 유영산 대표는 "고교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부모님이 내 진로는 내 뜻대로 결정하라면서도 성적이 어느 수준이 아니면 용서하지 않는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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