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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좋은 아이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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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1-09 00:00 조회1,4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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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심리학......공부가 좋은 아이는 드물다







현우 엄마는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공부를 너무 싫어하는 현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현우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1년 전 엄마가 축구선수는 안 된다고, 그래서 매일 학교에 남아 축구 연습 하는 것도 더 이상 안 된다고 못 박은 후로는 현우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하는 일 없이 지내게 되었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을 열심히 하거나 TV를 줄곧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가서 친구들과 노상 어울려 다니지도 않았다.



학원에 다니지만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축구를 할 때는 미안해서인지 가끔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냈는데, 반항을 하는 건지 그 이후로는 집에서는 책이라고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심지어 혹시나 싶어 사다놓은 학습만화조차 건드리는 법이 없었다.



현우 엄마는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아 현우에게 다시 축구를 해도 좋다고 허락했지만, 마음이 많이 상했던 탓인지 현우는 그 좋아하는 축구에 대한 흥미도 사그라지고 말았다. 엄마는 무기력해진 현우를 바라보며 가슴을 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현우의 이야기는 달랐다. 축구를 막상해보니 연습도 많이 해야 하고 올 겨울에 들어서며 날씨가 추워지니 슬슬 귀찮아진 것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지금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멋진 축구선수가 되기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신 현우는 부모님이 자는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를 하는 일에 빠져 있었다.



아무도 잔소리하지 않는 새벽의 컴퓨터를 즐기는 시간이 현우에게는 유일한 낙이었다. 다른 중학생들처럼 야한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도 하고 이것저것 다양한 게임들을 하고 있었다.



현우는 요즘 들어 낮에 화가 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어떤 때는 너무 화가 나서 가까이 있는 물건들을 모두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지만 현우가 빠져 있는 게임도 총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롤플레이 인터넷 게임이었다. 총으로 가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나면 기분이 풀리고 즐거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새벽마다 게임을 즐기다 보니 낮 동안 졸리고 힘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현우는 몇 번이나 내게 엄마에게는 절대 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축구로 신체에너지를 건전하게 풀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이는 게임에다가 자신의 공격성과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진 월렌스타인은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쾌락본능이 있으며, 개인의 쾌락본능 총량은 대개 일정하게 유지되며 쾌락본능이 건전한 방식으로 승화되지 않으면 다른 중독대상을 찾는다고 말한다. 프로이드가 주장했듯 인간의 리비도 총량은 일정한데 이것이 카타르시스 되거나 대리배설 될 수 있는 승화의 대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억압된 성충동 때문에 다양한 문제심리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신경생리학의 진보에 따라 인간의 뇌구조와 쾌락기제 관련 호르몬들의 기능들이 차차 규명되고 이런 가설들의 하나둘 진실로 드러나고 있다. 중독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가로막힐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춘기는 아이들의 쾌락본능이 급격히 신장되는 때이다.



유익한 놀이나 지적 탐구, 예술 활동을 통해 건전하게 쾌락본능이 순치되지 못하면 탐닉의 대상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의 상당수는 이런 심리적 기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우는 인터넷중독 평가에서 다소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 현우는 새벽의 게임으로 인해 일상적인 일들이 지장을 받고 있었고,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금단증상에 시달렸다.



얼마 전 내게 다중지능 검사를 받은 순규는 아주 특별한 아이였다. 중학생 2학년 남학생이라면 이성에도 관심이 많고, 게임이나 친구 사귀는 일에 골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순규는 특이하게도 물리학에 빠져 있었다. 순규의 다중지능 프로파일의 1순위는 논리수학지능이었고, 2순위는 공간지능이었다.



순규의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교육적인 마인드가 투철한 분들이었다. 순규는 스스로 인터넷에서 천체물리학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고, 도서관에서도 천문학 관련한 서적들을 빌려서 열심히 읽고 있었다. 지난 겨울 순규 부모님은 별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특별히 소백산 천문관측대를 함께 1박 2일로 다녀오기도 하고, 어릴 적부터 서울 소재 과학관들을 거의 모두 함께 다닐 만큼 아이의 꿈을 존중하는 분들이었다.



순규는 자기도 다른 아이들처럼 여자친구들에게 관심이 많고, 친구들과 함께 농구를 하는 것도 무척 즐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천문학과 물리학에 대해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과학시험은 자기가 가장 잘 봤으면 좋겠고, 과학을 위해 꼭 필요한 수학공부도 비교적 즐겁게 하는 편이라고 했다.



부모라면 누구라도 순규처럼 지적 탐구를 즐기는 아이를 가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다양한 쾌락기제 중 가장 빠져들기 힘든 것이 지적 쾌락이다. 아마도 수많은 쾌락기제 중 가장 상층에 존재할 것이고, 수많은 훈련과 환경적 조건화가 요구되는 사안일 것이다. 



인지심리학자 대니얼T. 윌링햄 교수는 인간의 뇌는 공부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안다고 말한다. 그는 저서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에서 안타깝게도 인간은 타고난 인지능력에 비해 생각하는 힘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이 대부분의 어린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을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공부에 꼭 필요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한 공부습관 들이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에 빠지기는 쉽지는 공부에 빠지는 힘든 까닭인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때때로 접하는 공부가 좋은 몇몇의 아이들, 소위 영재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아이라기보다는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라온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순규처럼 주변 어른들의 바른 지도와 지적 인도가 있다면 누구라도 지적 즐거움에 빠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의 뇌가 공부를 잘 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결코 인간의 지적 능력이 유한하거나 미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의 뇌는 정형화된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다양한 생각과 감각들을 동원해 창의적인 활동, 탐구적인 활동을 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오히려 이런 뇌의 특별한 능력들을 지식을 습득하는 목표들과 잘 연계하면 아이마다 효율적인 학습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



그런데 공부의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학습의욕을 생산하는 심리적 힘, 즉 마음력일 것이다. 싫고, 힘든 공부를 참고 견디며 지속하기 위해서는 열정이나 포부, 꿈, 강한 성취욕과 같은 심리적 바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순규가 다른 친구와 달랐던 점은 부모들이 아이의 의욕을 잘 파악하고 불러일으키는 조력자 역할을 무난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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